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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고전음악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Valentina Lisitsa Piano / Moonlight Sonata Op.27 No.2 Mov.1,2,3

 

Beethoven, Piano Sonata No.14, Op.27-2 'Moonlight'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월광은 ‘비창’ ‘열정’과 함께 베토벤이 남긴 3대 피아노 소나타로 꼽힌다.

베토벤은 한때 연인이었으나 다른 귀족의 품으로 간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전하기 위해 이 곡을 1801년 작곡했다. 베토벤은 이 곡을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고 불렀다. 베토벤은 이 곡에 ‘환상곡처럼’이란 악상기호를 붙여 놨다. 기존의 소나타 형식에 반하면서 마치 녹턴(야상곡)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나 음악평론가 루트비히 렐스타프가 제1악장에 대해 “달빛이 비치는 루체른
호수 물결에 흔들리는 작은 배와 같다”고 평하면서 "월광" 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베토벤은 이 곡을 통해 소나타 양식 혹은 피아노 스타일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다.

1악장을 느리게 시작한다는 것은 당시 일반적이지 않았다. 쉬지 않고 바로 2악장으로 이어지는데 이전 작품과는 다른 자유롭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환상곡’이란 단어에서 보이는 낭만주의적인 느낌만으로도 월광은 충분히 시적이다.

월광이 만들어진 1801년경은 베토벤이 점점 청력을 상실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기 시작한 때였다. 건강에 이상이 온 작곡가와 그가 연모한 여인에게 바치는 음악이라는 점은 유난히 이 음악의 고통과 사랑, 슬픔이 도드라지게 했다. 훗날 베를리오즈가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묘사할 길이 없는 한 편의 시”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작품이 월광이다.

월광은 여러 일화가 많은 작품이다.

교외에 있는 귀족의 한 저택에서 달빛에 감동해 만든 작품이란 얘기도 있고 연인에 대한 이별의 편지로 작곡한 곡이란 설도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연상될 만큼 월광은 깊은 울림으로 절절히 다가오는 음악이다.

베토벤이 어느 달빛이 훤하게 비치는 어느길을 걷다가 우연히 어느작은집에서 피아노치는 소리가 들려서 그집에 가보았데요. 그런데 그집에 들어가서 보니깐 왠 소녀가 오빠와 살고 있었는데 그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지요. 그 소녀는 눈이 안보이는 소녀 였구요.

베토벤이 그 소녀를 위해 피아노 앞에서 즉흥적으로 친것이 바로 이 월광 소나타 라고합니다

절망 끝에 찾아온 희망

베토벤은 그 무렵의 절망을 한 여인을 통해 위로받았던 것 같습니다. 바로 14세 연하의 여인 줄리에타 귀차르디(1784-1865)였습니다.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베토벤에게 레슨을 받으러 온 것은 1800년이었지요. 그러니까 열여섯 살 때입니다. 자신의 사촌언니인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1775-1861)도 베토벤의 피아노 제자였는데, 그렇게 사촌 집안을 통해 ‘베토벤 선생’을 소개받고 피아노를 배우러 왔던 것이지요. 한데 이 귀차르디는 자유분방한 기질의 여성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빈의 사교계에서 많은 남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하지요. 베토벤은 그녀에게 완전히 빠졌던 것 같습니다. 친구 베겔러에게 보낸 또 다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녀를 사랑한다네. 2년 만에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 것이지.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신분이 다르다네.”

줄리에타 귀차르디. '월광 소나타‘는 그녀에게 헌정된 곡이다.

‘월광(Mondschein)’이라는 닉네임으로 널리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14번 c샤프단조’는 바로 그녀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물론 ‘월광’은 베토벤이 붙인 표제가 아닙니다. 시인이며 음악비평가이기도 했던 루트비히 렐슈타프(1799-1860)가 1악장을 가리켜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 아래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라고 비유한 것이 ‘월광’이라는 명칭의 유래입니다. 이 시인이 그렇게 비유한 것이 1832년의 일이니,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고 5년이 흐른 시점입니다. 베토벤은 애초에 이 곡에 붙인 정식 명칭은 ‘환상곡 풍 소나타’입니다. 자유로운 즉흥곡 풍으로 시적인 정취를 담아내려 했던 베토벤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베토벤 소나타 14번의 ‘월광’이란 제목은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닙니다. 베토벤이 죽고 나서 5년 뒤 시인 렐스타프가 “이 곡의 첫 악장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에 달빛이 비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고 말해서 붙여진 별명이죠. 이 별명이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해 음악비평가들 사이에 논란도 오랫동안 무성했다고 합니다.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특히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Adagio sostenuto)가 그렇습니다. 어쩌면 베토벤은 귀차르디와의 사랑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고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사랑이 끝나리라는 것을 예감했겠지요.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신분이 다르다네.”라는 독백에서 그런 여운을 풍깁니다. 그래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느리게, 한 음 한 음을 깊게 눌러서’라는 뜻의 이 지시어에서는 ‘시간아 멈추어다오’라는 베토벤의 동경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소스테누토’라는 지시어는 앞으로 선뜻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는 지시어입니다. 대개의 베토벤 음악들이 성큼성큼 직진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딴따단, 딴따단 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셋잇단음표가 그렇습니다.

 

2악장: 알레그레토

2악장은 앞의 악장에 비해 밝고 산뜻합니다. 리스트가 “두 심연 사이에 핀 한 다발의 꽃”이라고 비유했던 악장입니다.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1악장과 격렬하고 뜨거운 3악장을 연결시켜주는, 2분이 조금 넘는 짧은 악장입니다.

 

3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

프레스토 아지타토(Presto agitato)라는 지시어를 가진 3악장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됩니다. 프레스토 아지타토는 ‘매우 빠르게, 격한 감정을 담아서’라는 뜻입니다. 2악장이 끝나자마자 휴지부 없이 거칠게 몰아치는 악장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강렬하게 등장하는 펼침화음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펼침화음이란 화음을 구성하는 음들을 한꺼번에 울려내지 않고 연속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뜻합니다. 화음의 덩어리를 연주하지 않고 음들을 낱낱이 연주한다는 뜻에서 분산화음(아르페지오)이라고도 말하지요. 그렇게 격렬하게 상승하는 아르페지오가 3악장의 첫 번째 주제입니다.

경과부를 거치고 이어지는 두 번째 주제는 좀 더 어둡고 선율적이지요. 하지만 느릿한 템포의 선율이 아니라 아주 빠르게, 거의 급박한 느낌으로 흘러가는 선율입니다. 딴딴딴딴 하면서 끊어 치는 주법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화음을 흩어서 연주하는 첫 번째 주제, 그리고 보다 선율적으로 흘러가는 두 번째 주제를 기억하면서 3악장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은 느리고 서정적인 1악장으로 시작해서, 2악장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다가, 3악장에서 마침내 뜨거운 열정을 터뜨리는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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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피엔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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