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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좋은* 글

새해 두어 마디 말씀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은 새해 왔다고 지난날보다 껑충껑충 뛰어 端午날 열일곱짜리 풋가슴 널뛰기로 하루 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 새해도 여느 여느 새해인지라 궂은 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 때로 그런 것들을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는 해와 같은 웃음소리 있을 터이니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쥔 양반과 다툴 때 조금만 다투고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눈을 부릅떠서 지지리 못난 사내 짓 고쳐 주시압 에끼 못난 것! 철썩 불기라도 때리시압 그 뿐 아니라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우리 집만 문 잠그고 으리으리 살 게 아니라 더러는 지나가는 이나 이웃이나 잘 안되는 듯하면 뭐 크게 떠벌릴 건 없고 그냥 수숫대 수수하게 도우며 살 일이야요 안 그래요?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예로부터 변하는 것 많아도 그 가운데 안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 우리 아낙네들 크낙한 사랑이나 훤히 밝아지이다 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훤히 밝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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