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
도종환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그대 마음의 눈
녹지 않는 그늘 한쪽을
나도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고 있지만
그대여 우리가 아직도
아픔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
슬픔만을 말하지 말자.
돌아서면 혼자 우는 그대 눈물을
우리도 알지만
머나먼 길 홀로 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눈물로 가는 길
피 흘리며 가야 하는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밤도 가고 있는지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벗이여 어서 고개를 들자.
머리를 흔들고
우리 서로 언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 가자.
그대여 아직도 절망이라고만
말하지 말자.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도종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쏟아지는
빗발과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견딜 수 없을 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종이배 사랑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을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깨를 마주 대고 흐르는 이 잔잔한 보폭으로
넓고 먼 한 생의 바다에 이를지 알 수 없지만
이 흐름 속에 몸을 쉴 모래톱 하나
우리 영혼의 젖어 있는 구석구석을 햇볕에 꺼내 말리며
머물렀다 갈 익명의 작은 섬 하나 만나지 못해
이 물결 위에 손가락으로 써두었던 말 노래에 실려
기우뚱거리며 뱃전을 두드리곤 하던 물소리 섞인 그 말
밀려오는 세월의 발길에 지워진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내가 쓴 그 글씨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었음을
내 너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그물을 들고 먼 바다로 나가는 시간과
뱃전에 진흙을 묻힌 채 낮선 섬의
감탕받에 묶여 있는 시간이 더 많아도
내 네게 준 사랑의 말보다 풀잎 사이를 떠다니는 말
벌레들이 시새워 우는 소리 더 많이 듣고 살아야 한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지금 내가 한 이 말이
네게 준 내 마음의 전부였음을
바람결에 종이배 실려 보냈다 되돌아오기를 수십 번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이 한마디 네 몸 깊은 곳에
닻을 내리지 못한다 해도 내 이 세상 떠난 뒤에 너 남거든
기억해다오 내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5.January.2014.by Jace
Marco Antonio Solis & Raul Di Blasio - Donde Estara Mi Primav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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