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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좋은* 시

뒤란을 가꿉시다 / 김영남


뒤란을 가꿉시다 / 김영남 내 책상 앞에는 그림 한 장이 붙어 있는데 그건 한 스님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가시나무가 엉클어진 깊은 산 속 돌밭길을 홀로 묵묵히 가고 있는 뒷모습. 나는 그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붙여 놓은 그 그림은 이미 그림이 아닙니다. 이건 살아 있는 한 장의 풍경입니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가고 벽 속에서도 가고, 벽 바깥에서도 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저렇듯 영혼이 높고 깊은 사람은 훌륭한 뒷모습을 거느리나 봅니다. 그동안 이 地上의 앞모습만 보면서 가꾸어온 나는 세상을 갑자기 깨어나게 하는 뒷모습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저렇게 훌륭한 뒷모습도 가꿀 수 있다는 것을. 오늘부터 나도 나의 뒤란을 가꾸기로 합니다. 우선, 뒤란이 아름다운 말부터 구사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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