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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좋은* 시

가장 적절한 말 / 손수진



가장 적절한 말 / 손수진
안개비 내리는 날은 
미장원엘 가요 
남자 미용사는 나를 의자에 앉히고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들춰 올리거나 
쓸어내리면서 귓가에 대고 속삭입니다  
뜨거운 입김을 훅 목덜미에 불어 넣으며
오늘 같은 날은 조심해야 해요
머리카락도 살아서 꿈틀거리거든요
비 오는 날 미친년이 왜 
머리에 꽃을 꽂고 돌아다니는지 아세요
그건 머릿속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때문이에요 
티브이 속에 囚衣를 입은 여자가 
양팔이 붙들린 채 
무어라고 지껄이며 걸어오고 있네요
저 여자의 머리에 붉은 꽃 하나 달아 주고 싶네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아요
욕 같은데 욕이 아닌 가장 적절한 말 
염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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