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은 말 ....유안진.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버릴까 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해버릴까 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 사류로
오염될까
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 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참아서 씨앗으로 영글어
저 돌의
심장 부도 속에 고이 모셔져서
뜨거운
말씀의 사리가 되라고
유안진
시인은 '사랑한다'는 말의 금을 따져보면 도무지 쉽게 말해버릴 수 없다 한다
또
헤푸게 보일까 봐 아끼고 참아내고 싶다고 했다
그런
달콤한 말은 백번천번 들어도 좋다 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말해버려
그 말의 제 값이 인플레 된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시대의
가벼움, 젊은이의 경박 탓으로 돌릴 것 만은 아닌 것 같은데 얼른 생각해보면
진실되고 고귀한 사랑이 그만큼 귀한 탓이거나 도처에 사랑 고픈 사람이 널부르져
어쩌면 너나 할 것 없이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그 수요가 많다보니 소품종 소량 생산으로 유통될 수는 없는 것이 사랑의 속성 아닐까
이성간 좁은 의미의 사랑이 신체적 매력에 이끌리며 강력하고 육체적인 자극을 필요로
하는 관계를 원하는 감정이라 한다면 언젠가 마광수 교수가 방송에 나와서 말했던
'관능적 경탄'으로부터 사랑의 시동이 걸린다는 것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그런 상대를 만나 첫 눈에 반해버렸다 해서 곧장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매력적이라거나 끌리는 감정만 가지고 쉽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도저히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그런 선행조건 단계에서도 주저없이 사랑 어쩌구 뱉어내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사랑의 과정 역시 로스토우가 말하는 경제발전의 다섯 단계와 비슷해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이전의 원시단계에 이어 선행조건 단계 다음 테이크 오프(이륙)단계 그리고
성숙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대중소비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그 다섯 단계를 몽땅 거치며 초고속 성장을 이룩한 '운명적'사랑도
가능하고 처음부터 조건없이 상대에 함몰되어버리는 사랑도 있을 수 있는 것이 또한 사랑의
다른 모습임을 어쩌랴
문학과 영화에서 곧잘 만나는 그런 사랑을 한번 쯤 동경하고 가슴 설레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토록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인데 우리는 흔히 사랑의 감정 이전 단계에 좋아하는 감정을
두기도 하고 사랑한다라는 말과 좋아한다라는 말을 구분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것에는 책임이란 게 없지만 사랑하는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서로
좋아하는 것은 그냥 싫어지면 그걸로 그만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싫어지는 것으로 간단히
끝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 그래서 아픔과 상처가 남는 법이다
Saying I love you is really hard to say...
또한 사랑이란 반드시 말해야할 때 말하지 못하고 꼭 듣고 싶을 때 듣지못해 어긋나 평생을
회한과 추억 안에서만 맴돌고 뭍혀버린 사랑도 많다
물론 쉬 뱉어버린 무책임한 그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유린된 '사랑' 역시 부지기수이리라
사랑도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면 사랑이 아닌 것을 길이와 부피로도 가늠될 수 없는 사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간담 서늘한 판결을 두려워 해서가 아니라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해 영원히 가슴속에 가두어둔 그래서 '사랑했었다'로
변질되어서는 안될 그말 '사랑한다' 오늘 그대에게 낮은 목소리로 전하고싶다. (제4막)
Saying I love you is really hard to say...
FRI.24..JUNE.2016 정효(JACE)
FOEM:말하지 않은 말.... 유안진
MUSIC :Roch Voisine - Ce Soir Von 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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