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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좋은* 시

엉덩이를 빌리다. / 임영식

 

 

 

  

엉덩이를 빌리다....임영석

 

엉덩이가 때로는 손이 될 때가 있다
양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유리문을 밀고 나갈 때
발은 땅에, 손은 무거운 짐에 묶여 있으니
화장실이나 가서 내밀던 엉덩이를 빌린다
그런데 지난 봄, 매화나무 가지마다
하얀 봉우리를 눈꽃처럼 가득 피어 놓을 때
그때도 엉덩이를 빌려 피웠는지
남쪽으로 뻗은 가지가 더 많은 꽃을 피웠다
아무래도 북쪽의 나뭇가지는 매화나무의
엉덩이였기 때문에 꽃망울을 잡지 않고
봄의 문을 밀고 들어섰던 엉덩이였나 보다
양 손에 꽃망울을 움켜잡았던 매화나무나
짐을 들고 있는 내 모습에서
엉덩이 빌리는 것은 마찬가진데
어찌하여 난 엉덩이에 구린내만 나고
매화나무 엉덩이는 꽃샘추위를 녹여 꽃을 피워내는가
꽃 같은 세상 만들겠다는 매화나무의 굳은 의지가
매화나무 엉덩이에 굳은살이 가득 배겨있으니
앉지도 서지도 않고, 평생 제 고집의 한 자세로
손과 발을 대신하겠다는 엉덩이의 다짐,
왠지 어정쩡한데 그 자세가 편해 보인다
작자미상의 모든 매화도(梅花圖) 손과 발을 쓸 수 없어서
그 시절 엉덩이를 들이 밀었던 그림 아닐까

 

 

 

 

 

 

 

 

 

 

절정....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인 생 .... 마광수

가볍게 수음(手淫)하는 기분으로 인생을 살고 싶다
인생을 천박하게 만들고 싶다
인생이 어깨에 힘을 못 주게 두들겨 패주고 싶다

 

 

 

 


.

 

 

 

 

30.december2013

WOONG SAN/The look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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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효(J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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