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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좋은* 시

마지막 입맞춤에 대하여...조연향

 

 

 

   

     

 

 

 

마지막 입맞춤에 대하여....조연향


화산재에 묻혀 있던 정사에 대해서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을 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들,
저 언덕 너머 아득한 미래, 서쪽하늘을
가득 메우며 벌거벗고 달려오는 구릉과
시계탑을 넘어 오는 색색의 웅성거림,
그 사잇길을 빠져나오며
땀에 젖은 내 육신의 지금을 만져 본다
아직 피가 돌고 있는
한 가닥 아찔한 욕망의 이 나른함,
어느 문전에서 개 한마리 졸고 있다
사람이든,짐승이든
언제가는, 멈추어지리라는 걸 잊기 위해
헐떡거리며 제 육신을 부려 왔을까  
크라이막스로 가는 그 한 밤의 입맞춤이
희미하게 생각나지 않는것 처럼
더 이상, 우리 미래의 사랑에 대해서도
약속 할 수 없는 일
폼페이의 골목길이 끝날 즈음, 흙비가 내린다  
담벼락 부조에서 빠져나온
내 영혼의 그림자는 저 모퉁이를 돌아나가고
화산재를 뒤집어 쓴 집집마다
피난민들이 유령처럼 들낙거리고 있다

 

 

 

 

붉은 지문....조연향

 

지문 인식기에 指紋이 비치지 않는다
홀연히 사라진 소용돌이를 일으켜 또 찍으며 폐허의 이유를 묻는다면,
살 밖의 부끄러운 일들을 자꾸 살 속으로 밀어넣거나 숨기려 했던 일

 

끓어오르던 피를 잠재우듯,
한 줄기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 언덕 끝에서
새끼손가락 비틀며 엄지로 한 번 더 결인했던, 너와의 약속이 무효가

되어버린

 

단풍나무 다섯 잎맥들이 노랗게 숨죽이고 풍랑을 그리던 그 자리,

벼랑을 타 올라가는 나팔꽃 하나,
오로라 불꽃이 광대무변하게 불타고 있던 자리,

 

(여우를 잡아먹은 피 묻은 곰 발바닥을 들켜버릴 까 봐, 내가 나의 기록을 몽땅
지워버린거지 나는 이제 완전범죄야 어느 검문에도 걸리지 않아)

 

겨우 내내, 길쌈을 하시고, 바느질 하시던 어머니의 지문을,
오롯이 살빛어둠으로 지어 올린 비단 같은 지문을
나는 어느 낯선 길에서 잃어버리지 않았던들

 

보일 듯 말듯, 내 꿈 한 줄기 거미줄을 덮고 영원히 잠복 해 있으리라,
밤과 낮을 비비듯,
거짓과 진실을 비비듯,
폐허의 꽃잎을 맞붙여 쓱쓱 비벼보는 사이,
닳을 대로 닳은 채 살아가야 하는 내 얼굴과, 닳을 대로 닳은 내 마음

사이
赤道하나 붉게 젖어서 울고 있다 한들,
제 무늬의 약속이 잠 못 이루며 고요히 잠복 해 있다 한들,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2000년 [시와시학] 등단
경희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제 1초소 새들 날아가다>, < 오목눈숲새 이야기> 등....

 

 

 

 

화산이 폭발했다고 하는 폼페이는 어디에도 있는 삶의 현장입니다.
"땀에 젖은 내 육신의 지금을 만져 본다

아직 피가 돌고 있는
한 가닥 아찔한 욕망의 이 나른함

어느 문전에서 개 한마리 졸고 있다
사람이든,짐승이든

언제가는, 멈추어지리라는 걸 잊기 위해"

"헐떡거리며 제 육신을 부려 왔을까

크라이막스로 가는 그 한 밤의 입맞춤이

희미하게 생각나지 않는것 처럼"

 

순간의 크라이막스는 어느 날 밤에나,

낮아도 종종 있는 삶의 일상입니다.
화산재가 쏟아진다는 두려움을 버리고

오늘도 사람들은 "크리이막스로 가는 그 한 밤의 입마춤'을

하고 있습니다.

 

 

 

 

 

 

 

 

 

 

 

 

 

 

 

 

3.JANUARY.2014 by Jace

Anael]Be Still Th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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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효(J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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