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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좋은* 시

동백꽃 바라보듯....이효녕

 

 

 

 



동백꽃 바라보듯....  이효녕 


아무리 힘들어도 내 혼자라도 
겨울동백꽃으로 붉게 피어나
너의 곁에 있을 것이니
한 번은 꼭 바라보면 안 되겠니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내 얼굴로 알고 바라보면 안 되겠니
어느 날 우리 사랑 활짝 피어나 
우리 추억이 그리 아름다워도 
잊을 것은 모두 잊어
한송이 구름으로 떠돌 것이니
가슴 없는 가슴으로 느끼도록
너 혼자 바라보면 안 되겠니  
붉은 꽃보다도 더 짙은 그리움이듯이 
너의 열정으로 피어난 동백꽃
가슴 열고 내 얼굴로 알고
오래도록 바라보면 정말 안 되겠니

 

 

교감....고영



동백나무 꽃망울 속에
내가 평소 갖고 싶던 방을 들인다
겹겹이 붉은 단열벽도 치고
아무나 침범할 수 없도록
출입문은 딱 한 개, 봄을 향해 단다
아아, 갑갑해, 너무, 갑갑해,
세상 구석구석 다 볼 수 있도록
천장엔 하늘문을 단다
동백꽃숲은 위성 안테나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한다
침침하던 동백꽃망울 속에
환한 생기가 돈다
이 단촐한 방에서 나는
겨울바람과 채팅도 하고
떨어지는 눈(雪)과 몸도 섞는다
좀 더 우주적으로 省察하고 싶어
밤마다 전갈자리별과 사랑도 주고받는다
내가 사랑한 전갈자리별을
동백나무 꽃망울 속
내 붉은 방에
은밀히 초대하고 싶다

 

 

 

 

백련사에 두고온 동전한닢...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다 백련사 동백은
꽃도 새도 없이 잎만 무성하였다 우두커니
석등은 불빛을 버리고 얻은
동전을 세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으게 했을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내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동전 한 닢으로 던져 주었다, 석등은
내 안의 석등도 오래 어두울 것이라 일러주었다


가질 수 없는 누군가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꽃등 없는 동백나무 한 그루
끝끝내 따라와서 내 가슴에 박혀 아팠다
백련사 석등에게 미안했다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걸린 이별을 바치며 미안하고 미안했다

 

 

 

 

 

 

6.January.2014 by Jace

Franco simone - Resp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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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효(J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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